사진도용 명예훼손, SNS에서 타인 사진을 사용해 고소당했지만 불송치된 사례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사진을 사용한 게 명예훼손죄로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익명으로 떠도는 사진을 가져다 쓰는 경우,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가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지는 일이 실제로 있었는데요.
오늘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익명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사용해 SNS에서 성적인 대화를 나눴다가 고소를 당했지만, 결국 불송치로 마무리된 사건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인터넷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이 사건의 의뢰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발견한 익명의 노출 사진을 캡처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마치 자신인 것처럼 꾸며, SNS에서 다른 사람들과 성적인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데요.
의뢰인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사진을 함부로 가져다 쓰고, 마치 자신인 것처럼 꾸며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경솔한 행동이었으니까요.
문제는 며칠 뒤, 사진 속 실제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즉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의뢰인 입장에서는 인터넷상에 이미 퍼져 있던 사진을 가져다 쓴 것에 불과했지만, 상대방은 자신을 특정해서 명예를 훼손했다고 받아들인 셈이었죠.
여기서 다퉈야 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이 대화가 정말 고소인을 특정한 것인지,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이 명예훼손죄가 요구하는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2. 사진 속 인물, 특정할 수 있었을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해서 허위사실을 적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 적시 행위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서 판단했을 때,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인데요.
이 사건에서는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의뢰인은 고소인의 인적사항을 전혀 알지 못했고, 일면식조차 없는 관계였습니다.
고소인의 실제 성명을 알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대화 상대방들에게 알려준 고소인의 닉네임을 고소인의 실제 성명과 다르게 설정해두기까지 했는데.
사진 역시 고소인을 특정할 만한 표시가 없었습니다.
즉, 이 사건에서는 고소인을 특정할 만한 부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3. 대화 내용, 명예훼손의 사실 적시에 해당할까
특정성 문제와 별개로, 문제 된 대화 내용이 명예훼손죄가 요구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검토됐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데요.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해야 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해야 하죠.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며 대화를 나눴을 뿐,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한 바가 없었습니다.
즉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를 서술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확인됐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라는 것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4. 화이트법률사무소가 사건을 정리한 방식
이 사건에서 저희가 가장 먼저 다룬 부분은 특정성 결여였습니다.
의뢰인이 고소인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했고 일면식도 없었다는 관계를 소명하면서, 대화 중 사용한 닉네임 역시 고소인의 실제 성명과 무관하게 설정돼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는데요.
사진 자체에도 고소인을 특정할 만한 표시가 없었다는 점을 함께 짚었고요.
관련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성명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해 특정인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만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법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의뢰인이 나눈 대화 내용이 사실 적시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다퉜습니다.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며 대화를 나눈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고소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한 바가 없었다는 점을 관련 판례와 함께 설명했죠.
특정성과 사실 적시 여부, 두 가지 쟁점을 각각 나누어 소명한 것이 이 사건 대응의 핵심이었습니다.
5. 사진도용 명예훼손 불송치, 결과가 말해주는 것
결과적으로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불송치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약 의뢰인이 상대방의 요구대로 계속 합의금만 지급했다면, 억울한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전과 기록까지 남았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타인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그 사진과 대화가 실제로 특정인을 지목하는지, 대화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가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물론 이 결과가 절대로 타인의 사진을 도용해도 항상 괜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대화 내용에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포함돼 있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성범죄나 명예훼손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누구나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행위가 자동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서 합의금 요구를 받고 계시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실제 행위와 법률 요건을 차분히 대조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FAQ
Q1. 타인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예훼손이 되나요?
A.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진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행위가 특정인을 지목하는지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는지가 함께 검토돼야 하죠.
Q2.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나요?
A. 성명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정을 종합했을 때 특정인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특정성은 구체적인 정황을 통해 판단됩니다.
Q3. 이런 행동은 성범죄로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A. 성적 욕망을 목적으로 음란물을 전송하거나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 유포하는 등 법이 정한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성범죄가 성립하는데요. 단순히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사용한 것만으로는 성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4. 상대방이 계속 합의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상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문제 된 행위가 실제로 해당 죄명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